자카르타가 바다에 잠긴다, 가라앉는 도시가 맞닥뜨린 생존의 시간

지하수 과잉 취수에 따른 지반 침하와 해수면 상승이 겹치며 침수 위험 확대

거대 방조제부터 배수·펌프 시설까지, 인도네시아, 수도권 방어에 총력

누산타라 이전에도 자카르타는 경제 중심지, ‘이전’과 ‘도시 재생’ 동시에 풀어야

땅이 내려앉고 바닷물이 밀려오는 자카르타의 위기가 도시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단계로 번지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대표적인 대도시 자카르타에서는 지반 침하와 반복되는 홍수, 해수면 상승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특히 북부 해안 지역을 중심으로 침수 위험이 극에 달했다. 세계은행 자료에서도 자카르타의 지반 침하는 집중적인 심층 지하수 취수와 건축물 하중 등이 주요 요인으로 지적됐다. 지반이 낮아지면서 일부 하천은 중력만으로 바다에 물을 흘려보내기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인구 4천만이 넘는 거대 도시 자카르타의 문제는 단순히 비가 많이 내리는 도시의 홍수 문제와는 성격이 다르다.

도시 성장 과정에서 지하수 의존도가 높아졌고, 지하수의 과도한 취수는 지반을 지속적으로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해안 지역의 지질 조건과 도시 인프라, 건축물의 하중이 더해지면서 침하 문제가 심화될 가능성이 커졌다.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까지 겹치면서 같은 규모의 강우나 해일에도 침수 피해가 더욱 커지는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침하가 진행될수록 도시의 배수 체계가 감당해야 할 부담도 커진다.

지반이 낮아지면 빗물과 하천수가 자연스럽게 바다로 빠져나가기 어려워지고, 결국 펌프와 배수시설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 세계은행 역시 자카르타의 지반 침하가 홍수 관리와 배수 기능에 직접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피해는 무엇보다 주민들의 일상에서 먼저 나타난다.

집중호우와 해안 침수가 발생하면 저지대 주거지역과 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주택과 상점의 일상적인 영업과 이동에 차질이 생긴다. 침수 피해가 반복될수록 가구와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한 비용이 늘어나고, 생업을 중단해야 하는 상황도 발생하고 있다. 특히 경제적 여력이 충분하지 않은 주민들에게 반복적인 침수는 자연재해를 넘어 지속적인 생활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더 심각한 건 건강과 위생이다. 오염된 빗물과 하수도와 물이 뒤섞이면서 피부병, 설사병, 열병 같은 수인성 질환이 끊이지 않고, 집안 곳곳에 핀 곰팡이와 썩은 악취는 거주 환경을 벼랑 끝으로 몰고 가고 있다.

 

자카르타의 위기를 더욱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침수 원인이 하나가 아니라는 점이다.

지하수 취수와 지반 침하를 줄이는 동시에 해안으로부터 유입되는 물을 막고, 빗물을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배수체계를 갖춰야 한다. 어느 하나의 대책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인도네시아 정부도 해안 방어시설과 하천 제방, 펌프 및 폴더 시스템, 상수도 공급 확대와 지반 침하 모니터링 등 여러 대응책을 함께 추진하고 있다.

 

가장 큰 규모의 대응책 가운데 하나가 이른바 Giant Sea Wall 구상이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북부 해안을 보호하기 위한 장기 전략으로 대규모 해안 방어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자카르타에서는 해안 방어와 함께 펌프·폴더 시스템 등을 단계적으로 마련하는 방안이 제시됐으며, 이후 해상 방벽을 구축하는 구상도 포함돼 있다.

 

이 계획은 단순히 거대한 벽 하나를 세우는 사업으로만 볼 수 없다.

해안 방어시설과 도시 배수체계를 연계해 침수 위험을 낮추고, 동시에 상하수도와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장기적인 도시 인프라 전략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미가 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Giant Sea Wall과 관련해 한국과 네덜란드 등 해외 파트너와의 협력도 추진해 왔다. 2015년에는 한국과 네덜란드가 자카르타 북부 해안의 NCICD 사업과 관련한 공동 연구 협력에 참여한 기록도 있다.

 

문제는 거대한 방벽을 건설하는 것만으로 지반 침하 자체가 멈추지는 않는다는 데 있다.

지하수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상수도 공급체계를 확대하는 동시에 토지 이용과 건축, 배수, 해안 관리 정책을 함께 손봐야 한다. 방어시설이 아무리 높아도 도시 자체가 계속 내려앉는다면 장기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카르타의 미래를 논할 때 누산타라 신수도 건설도 빼놓을 수 없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수도 기능을 자바섬 밖으로 이전하는 누산타라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자카르타의 인구 집중과 수도 기능 편중을 완화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 이전이 자카르타의 역할 자체를 없애는 것은 아니다. 자카르타는 여전히 국가 경제와 산업, 금융 활동에서 중요한 도시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누산타라가 새로운 행정 중심지로 자리 잡는 동안 자카르타는 침수와 지반 침하에 대응하는 도시 재생을 추진해야 한다. 특히 지하수 관리와 상수도 공급, 배수시설, 해안 방어, 하천 관리가 서로 연결된 하나의 도시 전략으로 작동해야 한다.

 

자카르타의 사례는 기후위기 시대 섬나라와 해안도시 정책이 어디까지 달라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해수면 상승만 막거나 홍수 때 물을 빼내는 방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도시가 물을 어떻게 확보하고 사용하는지, 땅을 어떻게 이용하고 건물을 얼마나 집중적으로 지을 것인지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반 침하와 기후변화가 동시에 진행되는 지역에서는 환경정책과 도시계획, 기반시설 정책을 하나의 체계로 묶는 접근이 필요하다.

 

 

작성 2026.09.05 00:37 수정 2026.09.05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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