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본시장이 겉으로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화려한 성장을 이룬 것처럼 포장되어 있으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소수의 초대형 우량주가 지수를 억지로 떠받치고 있는 심각한 '착시 현상'에 불과하다는 뼈아픈 지적이 국정 감사 및 의정 활동 현장에서 제기됐다. 최근 국회 상임위원회 회의장에서 충북 제천·단양 출신의 엄태용 의원은 한국거래소의 공식 통계 자료를 전격 공개하며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민낯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엄태용 의원은 최근 1년간 코스피 지수가 106% 넘게 가파르게 상승하며 대다수 투자자들이 큰 수익을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을 제외하고 산출할 경우 실제 상승률은 고작 12.66%에 불과하다고 매섭게 질타했다. 주식시장의 전반적인 체질이 개선되거나 대다수 상장사들의 실적이 동반 상승한 것이 아니라, 일부 초대형 주식들이 지수를 왜곡하여 착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것이다. 겉만 번지르르하고 속은 텅 빈 착시 코스피의 허상을 방치한 채 경제가 순항하고 있다고 자평하는 정부의 태도는 시장의 현실을 철저히 외면하는 무책임한 처사라는 비판이 거세게 일고 있다.
특히 이번 코스피 상승 폭의 절대다수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반도체 거인인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다는 점에서 국내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최근 코스피 전체 상승 폭의 무려 76%에 달하는 수치가 오직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두 종목의 주가 급등에 기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산업과 소수의 초대형 기업 실적에 국가 경제와 증시 전체의 명운이 과도하게 쏠려 있는 이른바 '반도체 올인' 구조는, 글로벌 공급망의 미세한 흔들림이나 대외 경제 변수의 악화만으로도 증시 전체가 속수무책으로 무너질 수 있는 거대한 시한폭탄과도 같다. 대다수의 중소형주와 일반 상장사들은 시장의 온기를 전혀 느끼지 못한 채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투톱의 주가 움직임에 따라 증시 통계 전체가 포장되는 현상은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토대가 얼마나 부실한지를 명백하게 증명한다. 건전한 시장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부 대형주 주가에만 의존하는 구조는 언제든 거품이 꺼질 수 있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수의 허상보다 시장 참여자들을 더욱 공포에 떨게 만드는 근본적인 문제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증시의 변동성이 극단적으로 확대되면서 시장 안정 장치가 무차별적으로 가동되고 있다는 점이다. 엄태용 의원이 제시한 구체적인 데이터에 따르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지난 8월 5일까지 코스피 시장에서만 사이드카가 무려 46회, 서킷브레이커가 9차례나 발동되는 초유의 혼란이 발생했다. 과거 다른 정권 시기와 비교해 보더라도 코스닥 시장을 포함한 주요 시장 안정 장치가 35차례 이상 속출하며 증시의 불안정성이 최고조에 달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지수는 겉으로 화려하게 우상향하는 그래프를 그리지만, 실상은 하루에도 수차례씩 롤러코스터를 타듯 급등락을 거듭하며 투자자들의 심장을 조여오고 있다. 정부의 정책적 예측 가능성이 흔들리고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증시의 기초 체력을 다지고 투자 환경을 안정시키는 실효성 있는 대책은 보이지 않고 단기 처방에만 매몰된 무능한 시장 관리가 변동성을 키우는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다.
이처럼 극단적인 변동성과 겉만 번지르르한 착시 장세 속에서 가장 무거운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는 주체들은 바로 무분별한 정보에 의존해 시장에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이다. 대형주 장세 속에서 박탈감을 느끼고 무리하게 빚을 내서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가계 경제를 위협하는 거대한 뇌관으로 자리 잡았다.
지수의 착시에 현혹되어 섣부르게 시장에 진입한 개인들은 빈번하게 발동되는 서킷브레이커와 폭락 장세 속에서 막대한 투자 손실을 입고 깊은 시름에 빠져 있다. 엄태용 의원의 예리한 지적처럼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지수가 겉으로 얼마나 올랐느냐는 허황된 수치가 아니라, 시장이 얼마나 건강하고 공정하게 순환하고 있느냐 하는 본질이다. 정부는 더 이상 겉으로 포장된 통계의 함정에 빠져 자화자찬할 것이 아니라, 증시의 왜곡된 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고 과도한 변동성을 잠재울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시장 안정화 방안과 투자자 보호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만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담보할 수 있을 것이다.
경기산업신문, 김성현 발행인/기자 (presscenter_offic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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